어제 아침. TV를 보면서 다향이랑 늦은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한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와! 예쁘다."했지요. 그리고 다향이가 검색을
하더니 가평에 있는 수목원이라고 합니다. 그래 "가볼까?"하니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정오
경에 집을 나섰습니다.
원주 톨케이트가 두 갈래 길로 갈라집니다. 하나는 춘천과 가평, 나머지 길은 강릉입니더.
무심결에 "와! 바다 보고 싶다."했니 다향이가 그럼 강릉에 가자고 합니다. "넌 그 수목원이 예뻐서
외출한 거잖아."했더니 괜찮다고, 자신은 아무 곳에나 가도 좋다고 합니다. 그래 갑자기 강릉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걸려서 도착한 유명 커피집. 박근혜가 탄핵되던 날 처음으로 찾았던 곳입니다.
그날 커피를 맛보고, 고개를 갸웃했었습니다. 명성만큼은 아니라는생각이 들었거든요,(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요.) 그날 횡성에서 커피가게를 하는 분에게 그 얘기를
했다가 아주 이상한 사람취급을 받았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감히?'하는 표정이었지요.
내 입맛이 잘못된 것인지 궁금해서 다향이랑 커피를 두 잔 주문했습니다. 줄 서서 커피를 받기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렸는데 역시 맛은 신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다향이한테 의견을 구했더니 이걸
마시려고 한 시간 반 동안 오진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두."하고 커피가게를 나서면서
그 넓은 매장을 꽉 채우고, 또 연신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의 입맛이 궁금해졌습니다. '저 분들이
정말 커피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유명세를 믿고 온 사람들일까?' 사장님이 커피 1세대로서 애쓰고 보급한 공로는 인정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맛있는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매장의 규모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로 많은 손님을 불편하게 하는 건 정말 아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경포바다로 갔습니다. 햇살은 좋은데 바람이 불어서 몸이 오들오들 떨렸지만
그래도 바다를 보니 좋았습니다. 때때로 바다가 그리워집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제주살이
뒤로는 그 그리움이 커지고, 횟수 또한 잦아졌습니다. 아이랑 놀면서 사진촬영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제주에 처음 갔던 다향이가 "아빠, 모래가 왜 이렇게 부드라워?"하던 게 생각났습니다.
어린나이에도 굵고 거친 아파트놀이터의 모래하고는 많이 달랐던 모양입니다. 바닷가에서
오징어 물회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귀가길이 조금 막히기는 했지만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않았습니다.
바다내음을 맡으면서 바다가 전하는 말을 듣고, 맛있는 물회도 먹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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