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0월 14일)는 모처럼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삽십 년 지기인 친구, 다향이랑 아산병원에서 투병 중인 후배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오랫동안 잘 버텨주는 후배도, 투병중인 후배를 위해서 밤늦게 새로 파이를 구운 다향이도
모두 고마웠습니다. 병문안 뒤에 친구의 추천으로 건대근처 양꼬치거리에서 훠궈를
먹었습니다. 강한 맛과 향 낯설었지만 덕분에 새로운 음식을 경험했습니다. TV로만 보고,
궁금했던 음식을 경험하게 해준 친구 또한 고마울 따름입니다.
과천10단지와 재개발에 들어간 1단지 공사장의 벽 아래 있는 고양이 통로. 참 과천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단지에서 바라본 1단지의 크레인. 과천의 옛모습이 더 지워지기 전에 다향이랑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점심식사를 마치고, 과천으로 출발했습니다.
다향이가 태어나서 어릴 때 살았던 과천과 분당의 집 근처를 산책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다향이가 두 살 때까지 살았던 3단지는 건너뛰고, 3살부터 6살까지 4년 동안 살았던 11단지를
천천히 걸어보았습니다.
어릴 때 물놀이를 하던 관악산계곡,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세상을 환하게 만든
관악산등산로, 그 중간에 있는 작은 놀이터, 10단지의 약수터, 11단지 건너 편의 주택가….
다향이가 처음으로 수영을 배운 시민회관과 신명나는 마당극에 취했던 청사앞의 너른 공터.
추억이 많은 문원동에 차를 세우고 대공원과 현대미술관, 서울랜드까지 돌아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촉박하기도 하고, 제주에 살면서도 여러 번 가본 곳이기에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다시 분당의 율동공원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제주로 이사하기 전에 1년 동안 살았던 곳입니다.
분당의 옛집은 율동공원 앞의 육교 건너 편에 있었습니다. 너른 주차장이 미어터져서 겨우
주차를 하고 찾아간 옛집은 여전히 예쁘고 아늑했습니다.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우거지고 새소리가 숙속인 양 착각하게 만들었지요. '여기서 그냥 계속 살았어도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집을 나와서 다향이가 어릴 때처럼 육교를 건너서 율동공원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멀리 보이는 번지점프대도 여전했고, 곱게 물든 단풍들이 예쁘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산책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았습니다. 다향이가 울타리 안의 오리떼와 거위를 보고
만져보고 싶다면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일곱 살 바기 아이랑 2km남짓한 호숫가를 한 바퀴 돌려면 기본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나가는 강아지랑 깅냥이도 봐야 하고, 나비랑 잠자리도 쫓아가야 하며 나무다리를
지나갈 때는 꼭 부들도 만져봐야 했기때문입니다. 13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강아지와
오리, 물 속의 물고기를 보고 좋아하는 다향이를 보고, 다시금 '이렇게 좋은 곳에서 1년 밖에
살지 않았다니…'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배의 문병 뒤에 즐거운 추억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다향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여덟시가 넘어서 귀가를 하자 다향이가
신이 나서 외칩니다. "와! 드디어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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