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돈도 안 받고 어떻게

밥상 차리는 남자 2018. 3. 16. 08:52

아그그 아그그

나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이 나옵니다. 매타작을 당한 것처럼 온몸이 결리고,

아픕니다. 자세를 바꾸려면 잠시 정지상태를 거쳐야 하고, 특히 왼쪽 팔꿈치는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농장을 옮겨야 하는데 바쁘지 않으면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은 건 지난 월요일

아침입니다. 오후 3시 쯤에 만나자고 해서 불러준 주소로 갔지요. 밭 안에 비닐

하우스가 있고, 그 안에 목재로 지은 소박하고 예쁜 공간이 있습니다. 하우스

주변의 땅에서 허브농사를 짓고, 안에서는 그것에 대한 강의를 했다고 합니다.


땅을 5년 임대했는데 주인이 그것을 매매했다면서 1년도 안 돼서 나가라고

했답니다. 아무튼 하우스 안에 쭉 걸어놓은 허브를 내려서 박스에 담는 일을

했습니다. 아니 그 전에 마트에 가서 박스를 실어오는 일부터 했군요. 허브를

챙기고, 허브를 이용해 만든 잼들을 챙기니 오후 7시. 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화요일은 온종일 짐을 싸고, 어둠이 내릴 때 중요한 물건들을 컨테이너 박스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인력이 대폭 늘어난 그제(수요일)는 몸이 아파서 점심을

먹고 농장으로 갔습니다. 6명의 일용노동자와 양교수님의 두 아들이 버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농장을 처음 본 순간붜터 걱정을 했던 게 50평 가까이 되는 농장 바닥에 깔아놓은 

보도블럭이었습니다. 비닐하우스와 목조건물은 거의 철거가 되었으니 보도블럭을

얾겨야 합니다. 이미 보도블럭을 쌓을 파레트가 몇개 와 있었지요. 블럭을 한 장씩  

옮겨서 쌓기 시작했습니다. 큰 파레트에는 가로세로로 블럭이 네 개씩 올라가고,

작은 것에는 세 개씩 올라갑니다. 그것을 오후 2시부터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 했습니다.


"왜 보도블럭을 (땅)바닥에 깔았을까? 블럭 위에 나무집을 짓고, 데크를 깔아봤자

습이 그대로 올라와서 아무 의미가 없을 텐데." 보도블러과 씨름을 한 두 아들과

나눈 궁금증입니다. 집을 짓기 전에 땅을 파서 두꺼운 비닐 한 장만 깔아도 습기가

올라오지 않습니다. 블럭 대신에 자갈만 깔았어도 포크레인으로 퍼서 그대로 옮기면

되니까 일이 훨씬 쉽지요.


잠시 쉬는 시간에 양교수님의 아들이 말했습니다. "엄마,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땅을 다져서 한 장씩 평평하게 깔고, 다시 한 장씩

옮기고  하는 건 군주제에서 노예를 부릴 때나 하는 것 같아요." 양교수가 사부라고

부르는 분도 "다음부턴 이걸로 하지마. 힘만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안돼."

사면초가(?)에 빠진 양교수 왈 "내가 이럴 줄 알았나?"


온몸이 아파서 잠을 잘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 맥주를 마시고, 잠을

청했지만 밤새 아그그 아그그 앓았습니다. 어제는 다향이랑 횡성 둔내로 점심을

먹으러 다녀오고, 계속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여전히 몸은 아팠고, 왼쪽 팔꿈치는

옷을 입고 벗기에도 불편할 만큼 아파서 '내일은 정형외과에 가봐야지!'했는데

다행히 오늘 아침은 그만합니다.


이틀째 얼굴을 본 일용직노동자 한 분이 "참 대단하다. 돈도 안 받고 어떻게……"

하지만 서로 어려울 때 돕고 살아야지요. 막 시작한 원주살이에 앞으로 내가 도움

받을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