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삶의 터전을 두루두루
돌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천에 살 때는 청계산과 관악산자락은 물론 서울대공원과 현대미술관,
그리고 서울랜드를 샅샅이 훑고 다녔듯이 분당에서는 집 앞의 율동공원은
물론 중앙공원과 탄천, 청소년수련관 등을 다향이랑 헤집고 다녔습니다.
그런 행태는 제주살이에도 그대로 나타났으나 아쉬움이 남는 게 하나.
분당에 머무를 때 남한산성엘 가보지 못한 게 바로 그것입니다.
일산에서도 자전거를 타거나 두 발로 걸어서 골고루 다녔지만 학교에
다니느라 바빴던 다향이는 그런 기회가 없었습니다. 새해맞이로 마니산
참성단에서 각자 새로운 길에 놓인 세 사람의 안녕을 기원하고, 전등사와
동막해수욕장을 보고 싶었습니다. 이 생각을 들은 다향이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습니다.
“아빠 무릎(연골이 파열돼서)이 아픈데 뭐하러 산에 가려고 해?”
“아빠가 고등학생 때 기억으로 계단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것 같아. 꼬박
2년 동안 열심히 자전거를 탔고, 스틱을 챙겨가니까 괜찮을 거야.”
어제 늦은 아침밥을 먹고 강화로 출발했습니다. T-map에 의지해서
참성단주차장엘 갔더니 과거의 기억과 전혀 다른 곳입니다. 그래 다시
길을 찾아서 마니산관리공원 쪽으로 갔지요. 완만한 오르막길을 가는데도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났습니다. 한 20분이나 갔을까? 참성단에 오르는
계단이 나타났지요.
난생처음으로 스틱을 사용하면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걷던
다향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올라가는데 낌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쩐 일인지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5년 전의 무릎수술이후 오르막길은
처음입니다. 계단을 반도 오르지 못한 곳의 벤치에 앉아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참성단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솔직히 계단을 오를 때부터 후들거리는
다리를 생각할 때 자신이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올라간다고 해도 내려올 걸
생각을 하니까 아득했지요. 이 얘기를 했더니 다향이의 만류를 합니다.
“아빠 무리하게 운동하다가 무릎연골이 찢어졌잖아. 그런데 또 다치고 싶어?”
“그래. 네 말이 맞다. 아쉽지만 그냥 내려가자. 지난 2년 동안 자전거를 탄 게
별 의미가 없는 거 같아서 자괴감이 드는구나.”
“아빠 어떡해? 아빠가 늙은 거 같아서 속상해. 아빠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면
어떡하지, 생각했었는데.”
“…….”
스틱에 의지해서 겨우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내리막의 포장도로도 신중하게
한걸음씩 옮겨놓다가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빠 왜 웃어?”
“응. 이렇게 천천히 걷는 게 난생 처음인 것 같아서.”
보조를 맞춰서 걷던 다향이가 말합니다.“나도 그러네.”
마니산 참성단에서 다향이랑 사진을 찍으려던 뜻은 이루지 못했지만 눈 쌓인
개펄의 동막해수욕장은 아름다웠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향이랑 즐거운
나들이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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