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외사랑

밥상 차리는 남자 2017. 12. 11. 09:24

아내가 제주로 떠난지 사흘. 떠나기 전에는 살짝 '조금은 자유롭지 않을까?

매일 얼굴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당분간 떨어져 지내는 게 좋을지도

몰라."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날아갈 것처럼 행복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흘이 삼십 년처럼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내가 떠난 목요일엔 다향이의 작품을 전시 중인 대방동의 여성플라자

'작가와의 만남'에 다녀왔고, 주말임에도과제때문에 등교한다는 다향이를

자동차로 학교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금방 끝날 거라던 다향이의 말이 아니

라도 한번 쯤은 그런 추억을 갖고싶었습니다.


자동차로 등하교를 한 토요일에는 다향이랑 야식을 먹었습니다. 15일의  

수료식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다향이가 "아빠 닭발먹으면 안돼?"

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블럭에 닭발과 막창을 파는 곳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맛 없으면 속상할 텐데'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갈 때마다

손님이 있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좁은 실내에선 살짝 담배연기가 났고, 30대로 보이는 사장님의 입성은 퀵

서비스에 종사하는 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냥 나갈까?'하는데 이미 밤 10시

였고, 날은 추웠습니다. 그래 그냥 주문을 했는데 이제껏 먹어본 닥발 중에

최고였습니다.


"와! 정말 맛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탄을 하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리가족이 백석역 근처에서 좋아하는 식당이 둘이었는데 하나가 더 늘었다고

사장님께 감상의 인사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내생각이 났습니다.

"다향아, 엄마도 이걸 먹었으면 좋아했을 텐데."하니까 "다향이가 동의합니다.

"맞아, 아빠. 엄마도 좋아했을 거야."


떠나간 사람은 전화 한통 없는데 나만 여전히 외사랑 중인 모양입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