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는 여자가 있어.
그녀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지.”
30년 만에 다시 읽고 있는 일본의 대하소설 ‘대망(大望)’의 한 구절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영웅인 이에야스가 아내인 츠키야마를 가리킨 것이지만
그것이 어찌 여자남자의 문제이겠습니까? 어느 곳에나 존재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면서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비극이지요.
배려하면 할수록 끊임없이 요구하고, 자신은 조금만 섭섭하거나 마음이
상해도 팩 토라져서 나 몰라라 합니다. 무엇을 행할 때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고, 덜컥 저질러놓고는 두 손을 놓아버립니다.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멀뚱멀뚱 구경하거나 먼 산만 바라보면서 책임을 회피합니다.
어떤 일이 성사되려면 개인의 노력에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붕어빵장사를 하려고 해도 리어카나 작은 트럭이 필요하고, 붕어빵 틀과
가스, 장사할 위치-장사가 가능한 곳인지도-가 정해져야 합니다. 그런 것
하나 없이 붕어빵을 내놓으라는 건 억지가 아니냐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입
니다. 하지만 사나흘이 지나지 않아서 같은 요구를 합니다.
어쩌다 한번은 그럴 수 있지만 계속 반복되면 옆의 사람이 황폐화되어 갑니
다. 눈부신 햇살이나 만개(滿開)한 벚꽃, 고운 단풍을 보고도 예쁘다는 생각
을 하지 못하게 되지요. 심장이 메말라져가는 것입니다. 말랑말랑한 마음이
굳어지면 같은 일을 해도 기계적인 행위가 되고, 그것은 오래 갈수 없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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