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이랑 어머님을 뵙고 왔습니다. 설에 뵙고 처음 뵙는 것입니다. “할머니한테
다녀올까?”하면 하던 과제를 내려놓고, 따라나서는 다향이가 고맙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잘 자라
주었구나!’싶기도 하고, ‘밥상머리공부를 그르치진 않았구나!’하는 자부심이
들기도 합니다.
어제 어머님의 안색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 “어디 편찮으세요?”했더니 감기에
걸려서 일주일이 넘도록 고생이라고 합니다. 그제는 링거까지 맞았다는데 힘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어머니는 돼지갈비와 냉면을 참 좋아합니다. 신기할 정도로
야채는 손에 대지 않으시지요. 그것을 알면서도 여쭤보았습니다.
“오늘은 (외출해서)무얼 드실래요?” 따뜻한 국물요리를 드시고 싶답니다. 부랴부랴
검색을 했더니 한 오리집이 뜹니다. 어머니가 앉은 휠체어를 끌고 한참을 가는데
곱창집이 보입니다. 어머니가 아주 좋아하는 것이지요. 뜨끈뜨끈한 국물을 드시고
싶다기에 얼른 메뉴를 훑어보았습니다.
“곱창전골은 어때요?”하니까 좋아하십니다. 오리 탕 소리에 “그걸 어떻게 먹어?”
하시더니 익숙한 걸 접하니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 목표로 했던 오리집을 코앞에
두고, 진로를 변경했습니다. 냉이와 달래, 도라지, 머위, 씀바귀, 방풍나물, 봄동
겉절이, 파김치, 오이소박이가 밑반찬으로 나오는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전골이 나오기 전에 하나씩 맛을 보는데 그 어느 것도 내가 흉내낼 수 있는 솜씨가
아닙니다. 전골이 나왔습니다. 곱창과 살코기, 야채가 듬뿍 들어간 것이 넉넉해
보입니다. 곱창을 좋아하지 않는 다향이조차도 냄새나지 않고 맛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곱창요리를 좋아하는 어머니도 참 맛있게 드셨습니다.(어머니가 나고
자라 평생을 산 안양의 중앙시장에도 유명한 곱창 곱목이 있습니다.)
셋이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맛있게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카페에서 차를 마셨습니다.
이런 시간이 고작 한 달에 두 번 뿐입니다. 나와 동생이 찾아뵐 때가 아니면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 안에서 지내시지요. 그게 늘 가슴속 깊은 곳에 묵직한 돌처럼 얹혀져있습니다.
고생하며 네 자식을 키울 땐 기대도 많으셨을 텐데 잘 풀린 자식이 하나도 없으니 그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시겠습니까?
분위기가 무겁다고 생각되었는지 다향이가 다소 엉뚱한 걸 묻습니다.
“할머니. 만약 감기에 걸리지 않으셨으면 돼지갈비를 드실 거예요? 곱창전골을 드실
거예요?”
“그야 돼지갈비를 먹지.”
다향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묻습니다.
“할머니. 할머니는 돼지갈비가 그렇게 좋아요?”
그때 들려온 어머니의 말씀.
“좋아하기야 소갈비가 더 좋지. 하지만 그건 너무 비싸잖아.”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다음 달엔 꼭 질 좋은 한우갈비를 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시간 이상 어머니와 있다가 작별을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잘 가”하고 병실로 들어갔을
어머니가 계속 병실 밖에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들어가시라고 손짓을 해도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드시는 어머니…. 어머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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