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흰눈이 내렸으니……

밥상 차리는 남자 2016. 12. 29. 08:49

이곳 일산에는 올들어 첫눈이 내렸습니다. 일기예보 상으로는 이미 두어

번 왔지만 직접 느끼는 - 깅 위에 쌓인 - 건 처음입니다. 눈을 쓸러 집 앞에

나갔다가 그냥 들어올 만큼 조금 밖에 쌓이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아직도 철이 덜 든 탓이겠지요.


눈에는 몇 가지 추억이 있습니다. 대학시절 충청지역에 폭설이내린다는 말을

듣고, 대천해수욕장으로 달려갔었지요. 바다와 해안이 만나는 지점에만 모래가

보이고. 나머지는 모두 흰눈으로 수북히 쌓였었습니다. 바닷가 포장마차 밖의

연탄재를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닷가의 한산한 카페에서

점심값으로 커피를 마신 다음 꼬르륵거리는 배를 쥐여잡고 집으로 돌아왔던 일.


과천에 폭설이 내린 날. 아기였던 다향이랑 사륜구동자동차를 타고, 눈쌓인

서울대공원 뒷길을 얼금엉금 기어가며 영화 차이코프스키의 눈 쌓인 자작나무

숲을 떠올리던 일. 눈을 처음으로 만져보고, 씨익 웃던 다향이. 그리고 몸을

녹이러 들어갔던 서울대공원 수목원 안에서 바나나를 따달라고 해서 난감했던 일.


여섯 살이던 다향이가 과천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입학하던 날도 발목 위까지

눈이 내렸지요. 손잡고, 교실에 가던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큰 눈사람을 만들자'고

해서 도저히 굴릴 수 없을 때까지 낑낑 거리면서 눈을 굴렸지요. 그 옆에서 활짝

웃던 아이.


제주의 너른 집에서 살 때 다향이랑 경쟁적으로 만들던 눈. 그때는 삽사리 나무도

있었지요. 비에는 별 추억이 없지만 눈에는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은

눈이 내렸으니 어머니를 찾아뵈려고 합니다. 어머니에게 작은 기쁨이 되과 합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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