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밥을 먹고 다향이랑 집을 나섰습니다.
특별히 어디엘 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폭염주의보만으로도
충분히 더운데 올들어 처음으로 경보가 내린다는 말을 듣고,
각자 할 일을 카페에서 하기로 한 것입니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또 노트북을 갖고 일하는 게 유행이라지만
내게는 영 낯선 일입니다. 길을 가다가 통유리 안에서 커피를
곁에 두고, 노트북을 들여다 보는 모습이 꼭 동물원의 그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 더우니 한번 시도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카페에서 처음 든 생각은 무척 시끄럽다는 것이었습니다.
"A32번 손님. 주무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이런 식의 말이 계속 됐고, 발디딜 틈이 없이 꽉 찬 카페손님들의
말소리도 조용하진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아기들의 울음소리까지
꼭 장터 같았지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조금 지나서는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낮을 보냈습니다. 한참을 있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다향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습니다.
"아빠, 왜?"
"내가 있는 곳이 시원하니까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덥지 않아
보여서."
"......?"
음료수 두 잔, 그리고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한 다향이를 위해서
빵 하나. 모두 14,500원이 들었지만 시원하게 잘 보냈습니다.
오늘은 어제 보다도 더 덥다니까 더럭 겁이 납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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