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지하철 안에서 주로 책이나 신문을 읽었다. 하지만 노안(老眼)이
시작된 3년 전부터는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일이 잦아졌다. 핸드폰에
좋아하는 음악을 1,000여곡 받아놓았다.
대중교통으로 이동 중에는 이어폰을 통해서 그 음악을 듣는다. 그런데
마트에서 계산 하려고 지갑을 꺼내다가 이어폰을 떨어뜨렸다. 운이
나빴는지 귀에 꼽는 부분이 똑 떨어져서 덜렁거렸다.
‘이걸 어떻게 하지? 새로 사야 하나? 혹시 이어폰도 수리하는 곳이
있을까?’ 궁리할 때 다향이가 묻는다.
“아빠, 요즘은 왜 음악 안 들어?” 사정을 얘기했더니 “요즘 K책방에서
행사하는데 가봐. 겁나 싸게 팔아.”한다.
그 말을 듣고, 책방으로 갔다. 이어폰과 핸드폰거치대,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진열대에 수북이 쌓여있다. 3개에 만원이라는
알림판이 진열대 앞에 떡하니 붙어있다.
저렴한 건 좋지만 지나치게 싸니까 도리어 망설여진다. 보통 삼사만원
부터 20만원이나 하는 것도 있는데 3천 3백 원이라니. 싼 맛에 이어폰
하나와 다향이의 관심을 끌만한 물건 두 개를 구입했다.
그날 저녁. 음악을 들으면서 자전거를 타는데 바람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든다. 이어폰 속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와서 태풍이 지나가는 것
같다.
‘뭐 이런 게 다 있지? 역시 싼 게 비지떡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런 문제 때문에 떨이로 내놓은 물건인 것 같다. 속도에
따라서 바람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게 꼭 바람개비
같다.
처음엔 당혹스럽고,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괜찮다. 아니
불량품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를 탈 때 노래와 바람
소리가 어우러지면 도리어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한다.
파도가 찰랑대는 바닷가를 거니는 듯하고, 깊은 산등성이의 편백나무
숲을 걸어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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