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뇌쇄적인 아기엄마들

밥상 차리는 남자 2016. 4. 1. 09:10

 

어제(331) 낮에 고양시외버스터미널 5층 옥상엘 다녀왔습니다.

일산아지매에서 바자회를 연다고 해서 다녀왔지요. 다향이가 어릴

때 참 많이도 쫓아다녔었는데 이번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기들의 옷과 장난감, 그림책이 대부분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꼭 물건을 구입한다기보다는 옛 추억을 찾아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어릴 땐 바자회나 아름다운가게 등에서 물건을 사주면 그렇게 좋아

하던 다향이가 사춘기로 접어들면서는 그런 곳에 가는 것 자체를

싫어합니다. 아무리 환경이야기를 해도 도리질을 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옳은 가치관을 찾겠지 하고 내버려 둡니다.

다향이도 외출을 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흐린 날에도 선크림을 바르고, 입술을 빨갛게 바릅니다.

다향이 화장했네.”하니까 아니라고 합니다.

입술에 바른 게 루즈 아니야?”하니까 틴트라고 합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서 성격이 다르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그냥 똑같아 보입니다.

다향아, 너희들 나이에는 아무 것도 바르지 않아도 그냥 빛이 나게

예뻐. 말 그대로 자체발광이지. 공연히 이것저것 발라봐야 피부만

망가진다.”고 해도 아니라고 하네요.

 

1999년부터 살림과 육아를 업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여느 부부처럼

맞벌이생활을 하다가 아이가 생겼고, 아내가 출산 뒤에도 일하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자가 살림을 한다는 소문이 퍼졌고,

나가서는 온갖 언론사들이 쫓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육아

모임을 준비하던 엄마들이 찾아와서 같이 하자는 제안까지 했지요.

 

그 제안을 받고 황당했지만 고민하는 대신에 선뜻 참여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다향이랑 놀이터에 가도, 단지 안의 마트에 가도 왕따를

당했었거든요. 나는 그렇다 해도 다향이가 또래와 어울릴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매주 모여서 공부도 하고, 같이 수제비도 만들어

먹고, 또 다른 집 남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주말농장도 가꾸었지요.

그렇게 오륙 년을 아주머니들과 어울려서 지냈습니다.

 

어제 바자회에서 아기들을 안고, 메고 다니는 엄마들을 보고, 그때의

아주머니들이 생각났습니다. 다향이의 생애 첫 번째 친구들의 이름과

얼굴들도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들과 엄마들은 어떻게 사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아기엄마들의

뇌쇄적인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들의 연령대는 차이가 없을

텐데 그땐 모든 신경이 다향이한테만 집중되었던 것 같습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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