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글세 방에 살 때의 부엌모습이 이랬던 것 같습니다.
오른쪽 선반 아래 곤로도 보이고, 왼쪽 밥상 옆에 방과 통하는 쪽문이 있습니다.
봉투 붙이기, 구슬꿰기 등은 보편적인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관도 참 드물었지요. 가난한 사람들은 놀러 다닐 수도 없었고,
그래 근사한 그림을 그려놓고,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 주었습니다.
국민(초등)학교 시절, 언제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던 만화가게입니다.
어쩌다가 10원 짜리 동전이 생기면 알리바이를 만들어서 부모님 몰래 다니곤 했지요.
금방 보고 나면 아까워서 글씨가 깨알같은 만화책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보았습니다.
음악이 울려 퍼지는, 나 하고는 상관이 없었던 고고장.
단체여행을 온 것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들 대여섯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이는 몸으로 먹는 것이지 마음은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들은 왜 제 엄마아빠에게는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알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난 아버지가 충남 천안의 할아버지 댁에 차려놓았던 이발소와 흡사합니다.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고, 어릴 때부터 일을 해야 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머리카락을 쓸고, 손님들 머리도 감겨 주고, 연탄을 갈며 이발소에서 사용되는 물을 펌프질해서 길어 나르고...
그런 내게 이런 놀이기구는 그림 속의 떡일 뿐이었습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의 둥구나무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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