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스크랩] 즐거운 일탈.

밥상 차리는 남자 2011. 12. 1. 10:31

그젯밤에 뉴스를 보는데 '내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더니 어제아침에 제법 굵은 빗줄기가 쏟아집니다.

원님 덕에 나발 불고,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 빗속에 차(茶) 손님이 있으랴'싶습니다. 

 

그래 다향이랑 하루 놀러다니기로 했습니다.

둥구나무를 운영하면서 제대로 놀러다닌 적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으로.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또 아름다운 바닷가도 산책하고...

제일 먼저 영화 '브레이킹 던'을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데 '이게 무슨 맛인지? 커피가 맞기는 맞는지?

왜 커피향이 하나도 나지 않는지?' 부아가 납니다.

드립을 하고 남은 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핸드드립커피를 배우고 익히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아, 집에서 마시고 나올 걸!'후회가 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영화를 보고,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오랫만에 중문으로 건너가면서 덕성원의 짜장면과 그때그집의 순대국을

놓고 '어떤 걸 먹을까?'얘기하다가 짜장면을 먹기로 합니다.

중문동 덕성원으로 올라갑니다. 알이 잔뜩 달린 귤밭과 그 너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질리도록 보았고, 늘 걸었던

길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향이는 짜장면, 나는 게짬뽕을 먹습니다.

오랜만에 - 예전에는 툭하면 - 먹는 맛있는 짜장과 짬뽕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맛있는 걸 먹는 게 큰 낙이라는 사실을 생각합니다.

점심을 먹고 해리스의 수제아이스크림을 먹을 예정이었지만 포만감때문에 

취소합니다. 오랜만에 왔다고 왕선생이 짜장면을 곱배기로 주문해 주고,

또 군만두까지 서비스로 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만에 '아름다운 가게'가 있는 씨에스호텔로 갔습니다.

허드렛일을 할 때 입을 것과 외출할 때 입을 점퍼가 필요합니다.

카키색의 마음에 드는 점퍼가 눈에 띄는데 여자의 옷이라고 합니다.

잠깐 고민을 하다가 그냥 구입해 왔습니다.

단추의 위치가 다르고, 칼라부분이 조금 둥글다고 해서 몸에 맞는 옷을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15년 동안 '녹색가게'와 '아름다운 가게'의 옷을 입으면서

여자옷에 비해 남자옷의 비중이 현저하게 적어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기

어렵다는 것도, 또 차를 담으면 찻잔, 술을 담으면 술잔이라는 생각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그러니까 여자옷 입고 다닌다고 흉보지 마세요.)

'아름다운 가게'에서 외출용 외투를 구입하고, 신시가지의 '행복한 나눔'

에서 작업용 외투와 다향이의 점퍼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강정과 법환, 그리고 위미를 거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원을 지나면서 다향이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찻집을 닫고, 오랜만에 다향이랑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향이랑 데이트를 하는데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그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마루에 게란과 오리알이

동그마니 놓여 있습니다. 

 

며칠 전, 산책할 때 인사드린 함선생님이 다녀가셨습니다.

계란박스 위에 선생님성함과 연락처를 남겨두시고 그냥 가셨습니다.

아비노릇하느라 둥구나무지기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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