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의 일입니다. 밥을 먹으려고 김치, 정확하게는 깍두기를 꺼내는데 바닥을 드러냅니다.
날은 덥고 습한 요즘같은 때엔 (가스)불앞에 서는 것조차 두렵고, 또 뭘 해먹어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아무 것도 만들지 않으면 먹을 게 없고, 또 음식물이 상하기 쉬운 계절이므로 만들어놓으면 후딱 먹어야합니다.
그래 그저께는 사골을 조금 사다가 곰국을 끓여놓았습니다. 만드는데 시간이 조금 걸려도 별 반찬없이도 먹을 수 있고,
무더위를 나는 데에는 그것만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깍두기가...
아침을 먹고 집근처 마트로 갑니다. 배추 두 통과 고춧가루, 설탕, 까나리액젓을 사들고 옵니다.
다향이가 피아노를 치는 동안 얼른 배추를 썰어 소금에 절이고, 숨이 죽을 동안 빨래를 넙니다.
빨래를 널고 차를 한잔 마시니 배추가 알맞게 절여젔습니다. 소금을 헹궈내고, 준비해 둔 양념을 넣어 쓱쓱.
요 두 장의 사진은 하루 동안 익힌 상태의 김치입니다.
어제 오전에 널었는데도 아직 축축합니다.
다향이가 피아노를 치는데 드르르륵, 드르르륵 시멘틀르 관통하는 드릴소리가 들려옵니다.
'곧 끝나겠지!'생각해보지만 피아노를 다 치고, 동시를 외울 때까지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드릴소리에 집안이 움찔움찔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우리까지 콩콩 뛰는 느낌입니다.
그래 "탈출!"을 외치고, 나들이를 갑니다.
2주 전쯤에 입도한 분의 집으로 가서 함께 화전마을과 서귀포자연휴양림을 거치면서 더위를 식히고 돌아옵니다.
'쉰다리를 만들어 볼까?' 집에선 먹지않는 흰쌀을 사다가 밥을 지어놓았습니다.
7월 11일에 있을 한라산학교 커피매니아반의 바비큐파티에 내놓을까 궁리하는 품목입니다.
따뜻한 밥을 쟁반에 펼쳐놓고, 절구로 찧은 누룩과 골고루 섞어줍니다. 그것을 병에 담아 물을 부어둡니다.
어제 오후에 만들어 둔 것입니다. 하룻밤 자고나니 제법 숙성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익으면 남비에 담아서 끓일 것입니다. 설탕도 조금 넣고...
해녀할머니들께 여쭤서 배운 방법인데 끓이는 게 좋은지?, 또 설탕을 넣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냥 발효만 시켜서 마시는 게 좋은지 한라산학교의 대표교사인 양용진선생님께 여쭤봐야 겠습니다.
* 쉰다리 : 제주의 전통음료랍니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남겨둔 보리밥이 쉬었을 때 누룩과 물어넣어 발효시켜 먹었다지요.
식혜와 요구르트의 중간쯤 되는 건강음료입니다. 해녀할머니들은 지금도 물질을 마친 뒤에 꼭 쉰다리를 먹습니다.
그래야지만 움직일 힘이 난다는 한 할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아른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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