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6일) 비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다시 일년이 지나야 단풍을 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어제 오후 3시가 다 된 시간에 오대산으로
출발했습니다. 혼인한지 삼 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걱정하던 아내와 함께
아이 하나 점지해 주십사 기원을 드린 곳입니다. 그렇다고해서 불자도 아니고, 기독교나
이슬람교도 아닙니다. 가는 곳마다 그곳의 예절을 따르는 사람일뿐이지요.
다향이가 열 살때 - 제주에 살 때 - 육지로 배낭여행을 떠났었습니다. 그때 다향이가 월정사
천왕문의 신상에 놓인 사탕을 먹고 싶어했습니다. 그래 지나가던 스님에게 얘기했더니 함박
웃으시면서 한 웅큼 건네주셨지요. 그리고 배낭여행 중이라는 말을 듣고, 선뜻 방을 하나 내
주셔서 편안하게 잘 쉬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듯 오대산 월정사는 우리가족에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
열 살 다향이가 이곳에 놓여있던 사탕을 얻어먹었습니다.
경내 곳곳에 놓여있는 석상들 - 청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찻집의 내부
오대산의 자랑거리인 팔각구층석탑
석탑 옆에도 새로운 석탑과 석상을 만들어둬서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윤장대에 이런 글귀가 쓰여있습니다.
윤장대는 발원문과 기도비(5,000원)을 함께 넣은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이 안내문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경내에 석상들이 줄지어 서 있고, 석상들마다 동전들이 붙어서 반짝거립니다.
월정사를 찾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붙인 것이겠지만 '이건 더이상 절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른 절을 벗어나서 전나무숲을 걸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오대산은 여전하지만 나는 더 이상 월정사에는 오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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