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아버지 봬러 가는 길

밥상 차리는 남자 2017. 4. 23. 07:05

아버지 기일입니다.

자식으로서 제사를 모셔야 하지만 이번엔 그럴 수가 없습니다.

한 달 전에 뇌출혈로 쓰러진 장모님이 사경을 헤매기 때문입니다.

그즈음 어머니와 막내동생이 말합니다.


"사돈이 아프시니 이번 제사를 모시는 대신에 아버지가 계시는 납골당

- 분당 메모리얼 파크 - 에 가서 아버지를 뵙자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고마웠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뇌출혈

4기로 겨우 숨만 붙어있는 장모님을 생각하면 민망한 일이지요.


날은 따뜻해지고, 자동차는 없습니다. 평소엔 별 문제가 없는데 어머니와

함께 움직이거나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할 때는 많이 번거롭습니다. 전철로

야탑역까지 이동하고,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20여 분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북어와 과일 몇 가지만 놓고, 예를 갖출 생각이었습니다.


부천에 들러서 어머니를 모시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자동차를 빌렸습니다. 어제 오후에 호박전을 부치고, 동태전도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동태전이 부서집니다. 부침가루를

묻히고, 계란옷을 입혀서 정석대로 하는데도 이걸 가져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단하지 못합니다.


'이걸 어떻게 하지?'생각하다가 동네 반찬가게로 달려갔습니다.

급한 대로 전을 주문하고, 어떻게 만드나 지켜보았습니다. 방법은 똑같은데

가게 사장님이 부치는 건 멀쩡하게 나옵니다. 그래 부치던 전이 실패한

얘기를 했더니 동태가 좋지 못하면 그럴 수가 있다고 합니다. 당신도 동태가

부서질 때는 납품없자한테 다른 걸 갖다달라고 한다네요.


오랜만에 어머니와 자식들 보고 기뻐하실 아버지생각에 들뜨는 아침입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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