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통기타에 입문하다

밥상 차리는 남자 2016. 3. 17. 07:54

동동동동 동동동동동……. 창가에 햇살이 부서지듯 화사한 봄날의 풍금소리.

초등학생들이 한 명 씩 교실 앞에 서서 노래를 부릅니다. 썩 노래를 잘하는 친구도 있고,

그저그런 친구들도 있습니다. 점점 내 차례가 다가옵니다.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교단에 서서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지만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시선을 둘 곳이 없어서 교실 천장을 노려보는데 갑자기 쿵! 하더니 풍금이 멈춥니다. 그리고

귓속을 파고 드는 선생님의 말. "야, 넌 앞으로 노래하지 마."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뒤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완벽한 음치에 박치가 되었습니다. 


이런 내게 음악은 늘 로망이자 공포였습니다. 그래 만약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래는 못해도 악기 하나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선뜻 나서기에는 용기가 부족했지요. 이제나저제나

하다가 가장 만만해 보이는 오카리나반에 등록을 했습니다.


이웃에 번역일을 하는 친구가 삽니다. 친구가 오카리나반에 등록한 걸 알고, 머리를 젓습니다.

같이 기타를 치자니까 왠 오카리나냐면서 기타반으로 이끕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얼떨 

결에 기타반에 이끌려 나갔습니다. 신입이 몇 명 있다는 말을 듣고, 등록했는데 정말 기타를

처음 잡아본 사람은 나뿐입니다.  

 


다음 수업시간까지 위 책을 사오라고 하는데 고양시의 두 군데 책방에 없습니다.

그래 바람도 쐴 겸해서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다녀왔습니다. 시작이 늦은 만큼 열심히 해서

내년 봄에는 연주 흉내라도 내면 좋겠습니다. 소싯적에 아내가 쓰던 기타가 있어서 들고

갔더니 클래식기타라며 통기타로 바꾸라고 합니다. 혹 집에 연주되지 않는 기타가 있다면 

제게 기증해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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