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래리로 이사를 하던 날. 온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겨우겨우 짐을 들여놓고 때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사하는 날은 보통 중국 음식점에서 주문을 해먹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마을엔 자장면 집이 없으니까요.
교래리는 제주에서 닭요리로 유명한 동네입니다. 셋이서 백숙을 먹기에는 가격도 그렇고 양도 많아 포기를 하고 삼겹살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밑반찬 중의 하나로 두부탕이 나오는데 아주 담백하니 맛이 좋습니다. 그래 '시간이 나면 한 번 만들어 봐야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장을 본 것 중에 두부가 있습니다. 다른 걸 만들어 먹느라 신경을 쓰지 못했더니 유통기한이 다 되었습니다. 정희씨가 두부부침을 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두부탕을 끓여보기로 합니다. 아침부터 기름냄새 맡기도 싫고, 또 보온도시락의 밥이 따뜻하게 유지되려면 무언가 뜨거운 국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먹어 본 맛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훌륭한 맛에 비해서 만드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한 것 같습니다.
오묵한 프라이팬에 물을 끓입니다. 그리고 두부를 깍둑썰기 합니다. 들깨를 빻습니다. 끓는 물에 두부를 넣고, 소금 간을 한 다음에 들깨가루를 넣습니다. 그렇게 한 소끔 끓이고 나니 아주 훌륭한 두부탕이 되었습니다.
제가 먹어 본 웬만한 순두부 보다도 더 담백한 것 같습니다. 별 재료도 필요없고, 만들기도 간단한 두부 들깨탕 한 번 만들어 보시지요?
'두부 들깨탕'은 제가 임의대로 붙인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