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이틀 동안의 제사

밥상 차리는 남자 2018. 4. 24. 09:45

어제는 아버지, 오늘은 장모님이 돌아가신 날입니다. 음식을 준비해서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야했지요. 올해 팔순이 되는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에 다녀오자는

막내동생의 의견을 따르려고 했지만 허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 예약해둔

걸 모두 취소했습니다.


어제 어머니가 몇 년 동안 머물던 요양병원을 부천에서 대전으로 옮겼습니다.

병원에 아는 분이 계셔서 저렴한 비용으로 있었는데 병원비를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래 맏이인 내가 사는 원주나 막내가 있는 대전으로 옮길까 상의하던 중에 역시 허

리병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발품을 팔면서 자세한 상황을 알아봐야 하는데 집과 병원만 겨우 오가는

상황에서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앞으로는 어머니를 봬러 대전으로

발걸음을 하게 생겼습니다.


'그럼 아버지는?'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리가 아프니까 같이 추모공원을 찾아

뵙는 걸로 대체하기로 했지만 '헛걸음하시고 배 고프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그제 오후에 집 근처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왔습니다. 소고기무국을

끓이고, 나물 몇 가지, 전 두어 가지 부치고, 과일도 올렸습니다. 직접 만든 강정과

다향이가 만든 파이를 올려서 둘이 제사를 지냈습니다.


아버지의 혼이 직접 오셔서 식사를 하시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편했습니다.

어릴 때부터의 오랜 관습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랬습니다.


어제는 아침 일찍 출발해서 장모님이 계시는 용인의 수목장을 먼저 찾았습니다.

저녁에 장모님의 제사에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장인어른이 굳이 말리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요.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에 겨울을 난다는 다년살이 튤립을 심었습니다.

평소 꽃을 좋아하는 장모님이었으니까요. 생전에 선구자를 즐겨 부르셨다고 해서

기타연습도 했는데 폭우때문에 내년으로 미루었습니다.


용인에서 다시 아버지가 계시는 분당의 추모공원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막내의

승합차엔 어머니와 어머니의 집으로 가득하고, 여동생가족들도 왔지만 정작 아버지

앞에선 잠시 묵년하는 걸로 대신했습니다. 비바람이 거세서 뭘 할 수가 없었지요.

그리고 가족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엔 다향이한테 운전을 맡기려고 했었는데 궂은 날씨에 직접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오랫만에 장거리(?) 운전을 했더니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습니다. 도수치료를 가기

전에 최대한 뭉친 몸을 풀어야겠습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