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요즘 같아서는 고마운 일이지요."

밥상 차리는 남자 2015. 4. 8. 21:08

졸립고, 졸리우며 가렵고도 가려운 나날입니다.

제대로 잠을 자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늘 몽롱하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어제 낮에는 다향이한테 영어를 가르치는 후배가

다녀갔고, 저녁에는 변산공동체학교의 교장인 김희정선생님이 다니러 오셨습니다.

 

저녁에 김선생님이 소주를 마시는 내내 맞은 편 테이블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셨습니다.

소주잔에 담은 음료수로 대작을 했습니다. 예전에 이런 사람들을 보면 참 요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사교육시장에서 먹고 사는 후배는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서 기분전환차 나를 찾아왔습니다. 몸상태는 영 아니었지만 함께 산보를 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술자리에도 동석을 했습니다. 역시

후배는 맥주를 마시고, 나는 물을 마시고.

 

저녁이 되니 많이 피곤했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잠자리에 누워도 몸이 가렵고, 저릿저릿

해서 뒤척이다가 일어서서 서성대기를 반복합니다. 공연히 화장실에도 들락날락하다가

새벽이 돼서야 겨우 잠이 들지요. 아이들이 아침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걸 이제야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요즘은 실컷 자고 일어난 다향이가 깨워야 마지못해 일어납니다. 대개가

오전 9시를 넘긴 시간입니다.

 

'아!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싶습니다. 그래 오랫만에 다시 피부과를 찾았습니다. 그동안

다녀본 피부과가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그런데 피부과전문의들끼리 서로의 진단이

다릅니다. 누구는 건선이라 하고, 누구는 알러지라 하며 누구는 곰팡이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처방은 똑같습니다. "약은 식후에 세 번 바로 드시고, 연고는 얇게 펴서 바르는데

하루에 세 번 바르세요. 그리고 약이랑 연고를 일주일 이상 바르거나 먹지 마세요."

 

그래 한의학적치료로 접근했던 건데 이게 양의학처럼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와중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게 란 달 가까이 됐지요. '아! 이젠 정말 안 되겠구나.'

싶어서 찾아간 피부과. 친절한 원장님(참 드문 경우지요.)이 세세하게 들여다 보더니

아토피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묻습니다. "약 먹고 졸릴 텐데 그래도 괜찮겠어요?" 그말을

듣고 대답했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고마운 일이지요."

 

대학병원을 비롯한 이전의 피부과의사들 보다는 신뢰가 갑니다. 엉덩이에 주사를 맞고,

이틀분의 약과 연고를 받아왔습니다. 약을 먹고,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다향이가 운동하러 

나갔다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잠을 잤습니다. 지금도 몽롱하니 다시 잠을 자야겠습니다.

급한 불은 양학으로 끄고, 한의학으로 장기적인 치료를 꾀하려고 합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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