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스크랩] 오랜만의 산보.

밥상 차리는 남자 2011. 5. 22. 07:44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산책을 나섰습니다.
다향이랑 나무랑 집 근처를 걷는데 빨간 딸기가 보입니다.
"다향아, 딸기다." 소리치고 달려갔는데...

뱀딸기입니다.
이런 이런.

저만치 산책을 다녀오는데 산딸기가 보입니다.
아무 맛도 없는 뱀딸기가 아니라 달콤한 산딸기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허겁지겁 맛좋은 딸기를 따먹었습니다.

미안하지만 좋은 건 우리가 먹고 나머지는 나무 주고.

 

모기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잠자리가 부지런히 허공을 맴돕니다.

"아빠, 뱀."

다향이가 외치는 소리에 움찔해서 멈춥니다.

가늘고 긴 뱀이 풀 속으로 스을 들어갑니다.

뱀은 언제 보아도 공포의 대상입니다.

뱀은 사람냄새를 싫어한다는 말을 듣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쪽으로 잠깐 걸었다가 다시 서쪽으로 걷습니다.

말을 풀어놓은 숲입니다.

처음 보았을 땐 철조망 안으로 들어서기는 커녕 내뺄 준비만 하던

나무가 말 콧잔등에 제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습니다.

말이 조금만 움직이면 잽싸게 물러났다가 다시 들여다봅니다.

다시 걷습니다.

다향이랑 나무랑 셋이서 걷습니다.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있고, 찔레꽃이 군락을 이루었습니다.

장사익선생의 '찔레꽃'이란 노래를 좋아하지만

실제로 본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아! 아름다워. 정말 아름다워.'

전형적인 중산간 길을 걸으면서 매 번 느끼는 정서입니다.

어디를 보아도 거칠 것이 없으며 오름들이 보이고, 바다도 보입니다.

이른 아침에 걷다보면 지리산의 산봉우리들이 구름 위에 떠 있듯이

제주의 오름들이 안개 위에 떠 있습니다.

섬 속의 섬입니다.

비양도나 차귀도, 마라도 뿐만 아니라 오름들도 섬이 됩니다.

 

제주에서는 언제나 카메라를 들고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빠뜨리고 마는 내가 바보입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 둥구나무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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