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스크랩] 제1회 제주커피축제

밥상 차리는 남자 2010. 10. 21. 07:15

  축제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행사였어요.  몇몇 사람들이 모여 벌린 일은 어느순간 축제가 되어있더군요.  그만큼 사람들의 열정이 컸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겁니다.  그 열정을 생각하면 이 축제는 나름 의미가 있는 축제입니다.  단순히 커피나무를 가져다 심은 것이 아니라 커피콩부터 시작해서 직접 발아, 교배하여 지금의 만그루 가까운 커피나무를 만들어내었으니까요.  게다가 제주는 커피벨트에서도 한창 위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하지만 커피벨트 안에서도 커피는 고산지대 흐리고 서늘한지역에서 잘 자라는 종이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노진이씨는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인 겁니다. 

 

  지난주 토요일, 그러니까 10월 16일 제주에서 열린 커피축제를 둘러보죠.  제 아내도 드립시연 스?으로 참가했기에 사심이 끼지 않을 수 없는 포스팅!!~^^  시작하겠습니다. 

   이 한적했던 6차선 도로 한 켠이 주차된 차들로 북적거리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커피농장을 갈 때마다 이 길은 넓고 한산하기만 했었거든요.  그리고 플랭카드가 걸린 모습..  어떤 분의 캘리그라피인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있습니다.^^

   커피농장을 진입하는 좁다란 길은 이렇게 삭막했습니다.

   노진이씨가 로스팅하여 미리 준비한 커피콩과 생두입니다.  참가비에 포함되어 있는 세팅이죠.  참가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많은 듯 해요.  비싸다 적당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커피를 잘 모르고 호기심에 오신 분들에게는 비쌀 수도 있겠지만, 커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날의 체험과 세팅이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렇게 비싼 기분은 별로 안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커피벨트와 생산지역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도 있었구요.

   뒤에 사진이 나오겠지만 작은 음악회도 준비되어 있었네요.

   입구에서는 '제주올레컴퍼니'에서 부스를 마련하고 있었네요.  '제주올레컴퍼니'는 작년 전국 바리스타 대회에서 1등을 배출한 곳이지요.  이날은 부스에서 라떼아트와 여러 커피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던 부스였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도 시연하고 있었군요.^^

   여러 커피관련 이야기거리들도 많이 있었구요.

   제일 바빴던 드립체험 부스였습니다. 

   이곳 드립체험 부스에서는 한라산학교 커피매니아반 수강생분들이 설명과 함께 드립커피를 만들어 내어주고 계셨습니다.  좌측 가장 가까운 얼굴은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씨네요.^^  이번 행사준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죠.

 

   한라산학교에서 직접 만든 양갱과 과자 머핀등도 판매를 했구요.

   커피농장에서 로스팅한 원두커피와 함께 드립제품도 판매했습니다.

   사진들은 한라산학교 수강생 중 한 분이신 '보헤미안'님께서 지금까지 촬영하신 것을 모아 준비하셨습니다.  '보헤미안'님은 여행을 좋아하시는데 유럽 배낭여행경험을 토대로 책도 내시고 시청앞에서 '포토?'을 운영하시고 있죠.^^

 

  제 아내도 렌즈의 대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군요..^^

   커피콩의 파치먼트를 일일이 제거해놓은 모습과 품종별 샘플들..  그리고 커피콩을 플라스크 안에서 배양한 모습입니다.

   커피를 이용한 제품들도 선보이고..

   커피염색 스카프와 가방들..  스카프는 의외로 인기가 있었다는 후문이..

 

   로스팅 방법은 다양합니다.  전문적으로 로스팅 기계를 사용할 수 있지만 간단하게는 집에서 가스불에 수망을 이용해서 로스팅하는 방법도 있죠.

   아니면 기계의 힘을 조금 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통 안에 원두를 넣고 가스불위에서 천천히 돌리며 로스팅하는 수동 로스터기도 있구요.

   로스팅의 스타일도 다양하지요?  음.. 저는 잘 모릅니다.  수강생도 아니었고 아내가 수강할 때 전 민욱이와 놀고 있었으니깐요..^^

   그렇게 행사부스를 주욱~~ 돌고나면 이렇게 농장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커피나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날이 비교적 따뜻하니 이렇게 밖에 나와있을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도 이렇게 커피체리가 열린다는 사실이 처음엔 신기했었지요.

   여러 방송사에서도 나와 취재하느라 바빴습니다.

   이곳은 묘목 옮겨심는 체험과 함께 커피나무를 판매했던 부스입니다.  저도 한때 농장일을 조금 도와봤는데 커피나무의 흙이 특별한 것은 아니더군요.  시중에 파는 상토에 폴라이트를 약간 섞으면 최상의 흙이 된답니다.^^

   농장 하우스 안에서도 이렇게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구요.

  그렇게 축제의 모습은 화창했던 토요일 오후와 잘 어울렸습니다.

   아.. 농장의 마스코트 '커피'는 아이들의 장난에 자기도 끼어들고 싶어 안달이네요.

   작은 행사로 음악회도 열렸구요.

   노진이 선생님의 즉석 커피강의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노진이선생님의 열정을 대단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모두가 바빴지만 그 중 제일 긴장했던 팀은 드립시연팀이 아니었을까요?  손기술을 어느정도 요하는 방법이라 드립 하나하나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다가 수많은 질문에 일일이 설명을 했어야 하니깐요.  게다가 가장 분주한 부스에서 종일 서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은 제 아내이기도 했습니다.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제 아내를 찍은 사진 3 combo. 올립니다.^^

 

 

   이 장면은 여기저기 분주하게 다니시며 챙기셨던 노진이 선생님의 드립체험 시연입니다.^^  노진이 선생님 드립은 정말 다릅니다.  커피에서 'oily'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날 축제에 오신분들의 관심은 '제주에서 생산된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순수한 제주커피는 없었지요.  아직은 수확량이 적기 때문입니다.  대신 제주커피가 10%정도 블렌딩된 원두로 드립을 해서 마실 수는 있었습니다.  저도 한 잔 마셔봤는데 조금 특이해지더군요.  와인을 표현하는 형식으로 이야기해보자면 '가볍고 약간의 신맛이 느껴지는, 화려함의 흔적같은 것이 살짝 감도는, 팬시함(?)' 이 정도랄까요?

 

   우리의 반장님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씨는 드립시연장에서도 로스팅장에서도 진가를 발휘합니다.  로스팅하는데 곡 수망만 사용하라는 법 없습니다.  손만 좀 부지런해준다면 집에 하나씩 있기 마련인 금속 체망으로도 로스팅이 가능합니다. 오성근씨의 특기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제가 이렇게 사진만 찍고 돌아다닌 것은 아닙니다.  사실 드립커피에 대해 아내가 내려준것만 마실 줄 알지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긴 합니다.  바쁜 사람들을 보며 무얼 도와드릴까 했는데 어시스트로서 훌륭히, 드립에 대해 알지 못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더군요.  그것은 바로 물끓이기였습니다.  드립시연장 바로 뒤에서 물이 항상 끓고 있는 상태로 공급을 해야했죠.  사진을 찍고나서 오후나절을 물을 끓이며 있었습니다.  착한 민욱이는 엄마아빠 열심히 일하라고 시간 내내 낮잠을 자네요..  유모차에서 제주의 바깥기운을 한몸에 받으며 유난히 긴 시간을 꿈나라에서 보냈습니다.  정말 착한 아들이예요..^^

 

  그렇게 축제는 마무리 되었어요.  어둑해질 무렵, 축제장이 한산해지고 뒷정리까지 마무리하고 난 후 이어진 뒷풀이..  이런저런 평가와 반성을 하며 자리는 밤 11시까지 지속되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성취감과 행복감, 자신감이었습니다.  아내가 그 일원이었지만 조금은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입장에서 그 모습들은 정말 좋아보이더군요.  내년에도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2회 축제가 열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심이 많이 들어간 사족을 남깁니다.

 

  이 행사의 제안은 맨처음 한라산학교 커피매니아반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수강생들이 바라보는 커피농장의 위기에서 비롯되었죠.  지금 커피농장은 조금은 심각하다 싶게 재정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커피나무들은 생존의 위기상황입니다.  커피나무는 15도 이하로 떨어지면 생장을 멈추게 되고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심각한 손상을 입게된다고 하네요.  지금 농장은 겨울을 날 온풍기부터 준비해야하는 상황인데 그도 어렵습니다.  눈에 띄는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겨울나기부터 문제가 되는 상황이죠.  그래서 수강생들이 재정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모색하다가 일일찻집을 구상했는데 그것이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판이 커지더니 어느 순간 축제라는 이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단 한달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우리는 열정이라는 단어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열정으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유는 자본이라는 힘에 의해 만들어진 화려함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죠.  열정없이도 화려함과 재미를 만들어내는 자본에게 분야의 깊이나 지식은 그다지 필요없는 주변거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열정만으로 일구어낸 일에 대해서 그 노력은 존중하지만 상대적으로 초라하기만 한 결과에 대해서는 시큰둥하고 맙니다.  그러면서도 '개천에서 더이상 용이 나올 수 없는 현실'에는 그토록 개탄해마지 않죠.

 

  이번 커피축제에 대해서 수많은 말들이 오고갑니다.  만족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이게 뭐냐며 현장에서 받아든 원두를 내던지고 가신 분들도 있었다 합니다.  여러 이유 댈 것 없이, 준비의 부족, 프로그램의 부실, 그리고 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불편감등등..  수많은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제 3자의 눈으로 보기에 이 행사는 순수한 열정만으로 일구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농장의 위기가 의기를 투합하였고 한라산학교 수강생 자신들의 일부를 희생해가며 만들어낸 것입니다.  플랭카드에 적힌 후원이 자금의 후원이 아니고 수강생들의 자발적 노동이었습니다.  자본의 도움없이 순전히 그들의 열정만으로 일구어낸 모습만큼은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불순한 자본의 개입없이 커피농장을 자발적인 힘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제가 사심을 넣어 이야기하는 것이 비단 아내가 개입되어 있었기때문만은 아닙니다.  노진이씨의 순수한 열정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기 때문에서입니다.  이런 작은 열정들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세상, 자본의 권력에 종속되지 않고 개인의 열정이 살아날 수 있는 세상, 전 그런 세상에서 우리의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출처 : 칼을 벼리다.
글쓴이 : 민욱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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