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서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데 세상이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자꾸 거리로 광장으로 나올 것을 요구한다.
수백 명의 국민이 수장을 당해도
구조하기는커녕 죽음 앞에 사과하는 이 하나 없고
경찰의 물 대포에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른 체 하며
부검을 하겠다고 을러댄다.
국민이 쥐어준 권력을 강남아줌마에게 넘기고
칼춤을 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건 말뿐이고
뒷구멍으론 재벌과 결탁해 공공의 재산을 빼돌린다.
무능과 부정부패, 국정농단이 백일하에 드러나도
헛소문이라 우긴다.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도 잘못이
없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애쓴다.
광화문광장에 2만 명이 모여도, 시청 앞 광장까지
20만 명이 모여서 퇴진을 요구해도 딴청을 한다.
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워 다시 광장으로 나선다.
조용히 살고 싶은데 자꾸 거리로 광장으로 불러낸다.
도대체 언제까지 집회에 나와야하는 걸까? 생각할 때
백발이 성성한 백기완선생과 문규현신부가 지나간다.
떼 지어 나온 앳된 학생들의 얼굴에 억장이 무너진다.
정당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려고 젊은 날을 보냈는데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말았구나. 참담하고 미안하다.
그래 다시 거리로 광장으로 나설 수밖에 없구나.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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