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노하우

[스크랩] 아침밥을 안 먹는다고?

밥상 차리는 남자 2011. 9. 5. 18:46

둥구나무는 다실(찻집)과 제주돌집 펜션입니다.

펜션도 다실도 옛 제주가옥을 해체한 고재와 돌담으로 만들어진

집 한 채 씩입니다.

 

다실은 차를 마시는 공간이지만 굳이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차만 마시라고 강요하기는 뭣해서 팬드드립커피도 판매합니다.

 

펜션을 시작할 때 먼저 시작한 분들의 조언을 꽤 많이 들었는데

아침식사까지 준비하려면 일이 너무 많으니까 아침을 주지 말거나

굳이 주려면 토스트와 커피를 주라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하지만 둥구나무의 펜션은 '제주전통 가옥 체험'을 모토로 하고

있기에 커피와 토스트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 '제주와 가장 어울릴 만한 음식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몸국을 끓여주기로 했습니다.

 

몸국을 끓여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너 명의 몸국을 만든다고 해서

뼈와 고기를 조금만 준비해서는 진한 육수를 만들 수가 없고,

시간도 일고여덟 시간이 걸리며 몸(모자반)과 메밀가루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게 정성껏 끓여낸 몸국에 대한 평가가 박합니다.

요리와 음식을 아는 분들은 귀한 음식을 맛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냥 밥 한 그릇과 국 한 그릇입니다.

시간과 공력과 재료비는 많이 드는데 평가가 좋지 않으니

새로운 메뉴를 고민했습니다.

 

김치와 김을 비롯한 마른반찬을 기본으로 나물 두어 가지를 무쳐내고,

옥돔이나 고등어를 구워서 식탁을 차립니다. 밥은 우리가 늘 먹는

현미 50%에 혼합잡곡 50%, 그리고 약콩을 넣은 잡곡밥입니다.

올 여름 내내 그렇게 식사대접을 했더니 밥을 남기는 사람이 없고,

남자들은 한 그릇씩 더 먹기도 합니다.

 

개중에는 제주에 머무는 동안 둥구나무에서 먹은 밥이

가장 맛있었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맛있게 먹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분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아침밥은 안 먹는다'는 말이 허구가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일상이 바쁘고, 제대로 된 식사준비가 어려워서 그렇지

원래 안 먹는다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 둥구나무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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