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부모님은 2층짜리 다세대가구의 위층에 살았습니다. 집을 사고팔아 이익을
남기는 사람이 지은 것으로 단열이 엉망이었지요. 방과 거실의 유리창이 얇아서 찬바
람이 숭숭 들어오고, 한여름에는 슬래브가 뿜어내는 열기로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무릎이 불편한 어머니는 연탄을 옮기고, 또 불을 가느라 힘들어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연탄보일러를 도시가스로, 그리고 창호와 싱크대를 바꿔드리기
로 했습니다. 누구한테 이 공사를 맡기면 좋을까? 수소문을 할 때 故 제정구씨와 함께
빈민운동을 했던 선배가 그 일에 뛰어들었다는 걸 알고, 부모님 댁의 수리를 부탁했지
요. 그런데 일을 끝내기도 전에 공사대금만 받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짐작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학과모임에서 그 선배를 세 번 만났습니다. 그런데 얼굴을 볼 때마다 미안하다고 했지요.
그때는 형편이 너무 어려웠고,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일머리를 알지도 못할 때라
잘못했다고 말입니다. 맛있는 음식도 여러 번 먹으면 물리게 마련이고,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노후대비용으로 작고, 오래되 집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그냥 살기에는 너무나 열악
해서 전체적으로 수리를 해야 했지요. 아이의 친구부모님 중에도 그 일을 하는 분이 있지
만 선배가 명예회복 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공사를 맡겼는데 22년 전처
럼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최신형 제네시스를 타는 선배를 마음속에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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