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를 볶았습니다.
처음 커피를 배울 땐 무척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찌개를 끓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는 2구 짜리입니다. 7∼8년을
왼쪽 불에서 커피를 볶아왔는데 그것이 고장났습니다.
서비스센터에서 온 기사가 '이건 수리하는 것보다 새로 장만하는 게 낫다'면서
풀장비만 18,000원 받아갔습니다. '이 참에 새걸로 바꿀까?'싶었지만 5개월 여
뒤면 이사를 가야 합니다. 가스레인지를 바꾸고, 설치비를 내고, 또 철거비를
지불하느니 불편해도 5개월만 쓰자'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커피를 볶는데 자꾸 불이 꺼집니다. 삐죽 솟아있는 과열방지기
때문에 수시로 불이 꺼져서 로스팅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커피를 배운 이래
몇번 안 되는 일입니다. 그래 부루스타를 꺼내서 다시 커피를 볶았습니다. 늘
그랬듯이 얼른 체에 쏟아들고 밖으로 나가서 채질을 했습니다.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오던 할머니가 앞에 서서 묻습니다.
"무얼 까불어요?"
'까불어?' '까불다' '까부르다' 그리고 개그맨 김준호와 '까불이'의 어원에 대해서
다시 깨달았습니다. 어릴 때는 알던 말이었는데 오랫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
말이 많지요. 아쉬워 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추파'입니다.
원래는 '가을 낙엽이 물에 떨어져서 일으키는 파문'으로 아주 운치있는 말입니다.
그런 근사한 말이 어쩌다가 '남녀의 끈적이는 눈빛'으로 통용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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