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몸이 처지고, 속이 울렁울렁한 게 토가 나올 것 같아. 아무래도 더위 먹은
모양인데."
"……." 몸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고는 아내는 묵묵부답입니다.
처음엔 차 멀미인인 줄 알았습니다. 자동차를 없앤지 3년. '차를 많이 타지 않아서
그런가?'싶었지요. 그런데 가만히 걸어다녀도 어질어질하고, 속이 울렁이는 게
심상치 않았습니다.
"형! 내일 엄마한테 가려고 하는데 시간되면 올 수 있어?"
대전에 사는 막내입니다. 고마운 말이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며칠 째 속이 울렁이고,
자금이 없기 때문입니다. 차마 돈이 없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더위를 먹어서 속이
울렁거리니까 내일 아침에 상태 보고, 전화할게"
이튿날 아침에 다시 막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형! 어떻게 할 거야? 올 수 있으면 같이 점심 먹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야 별 수가 없습니다. 부천으로 이동해서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러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막내가 선택한 곳이 민물장어집입니다.
많이 비쌀 텐데 생각하는데 막내가 말합니다.
"양식 먹지 뭐. 자연산은 비싸서……" 메뉴판을 보니 자연산은 1인분에 6만원, 양식은
4만 5천원입니다. 그래 3인분을 주문해서 장어구이를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맛있게 잘
드셨습니다.
"형! 많이 먹어. 형이 더위 먹었다고 해서 장어집에 온 거야. 이거 꼬리도 먹고."
장어를 우물거리다가 막내동생의 말을 듣고, 울컥해졌습니다. 4남매의 맏이인 나 대신
막내가 장남노릇을 합니다. 요양병원에서 필요한 용품들을 챙기고, 어머니의 간식은
물론이고, 이것저것 필요한 반찬들까지 떨어지지 않게 공수를 하지요.
식사 뒤에 어머니를 모시고 영화관에 갔습니다. 그리고 셋이서 나란히 영화 '택시운전사'
를 관람했습니다. 어머니가 자막을 빨리 읽지 못하시니까 영화는 꼭 한국영화여야 하고,
전개나 속도가 빠른 것도 곤란합니다. 막내가 같이 저녁까지 먹고 가길 원했지만 거기서
작별을 고했습니다.
막내와 어머니는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가고,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더 이상
부담을 주기도 민망하고, 퇴근할 아내의 저녁식사준비도 해야 하니까요. 버스 안에서
막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늘 고맙고, 미안하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더니 한 순간의 사고로 장애를 입으니까 인생전체가
흐트러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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