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씨, 노트북이 아예 망가진 것 같아요. 지난 번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 문서만
날아간 줄 알았는데 3년 동안 찍어둔 사진도 몽땅 날아갔네요. 그동안 핸드폰으로
찍은 것만 공개하고, 카메라로 촬영해서 마음에 든 것들은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데.”
“……?”
“그래서 지난 한 달여 동안 글 작업하지 않고, 짤막한 잡담만 몇 편 써뒀어요.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 문서가 날아가고 마는 건지, 아니면 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작동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그런데요.”
“잡담 다섯 편이 모두 사라졌어요.”
“그럼 그 노트북은 어떻게 해요?”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노트북을 새로 장만할까? 아니면 태블릿피시를 살까 하고.
당신도 20년 넘게 지켜봤지만 내가 사용하는 용도는 빤하잖아요. 글 쓰고, 이메일
주고받고, 뉴스 보는 게 전부 뿐이니까 굳이 비싼 노트북을 살 필요가 있을까 하고.”
“그냥 종이에 써요.”
“예?” 순간 무슨 말인지 당황스러웠습니다.
“하하하. 역시 당신은 참 창의적인 것 같아. 예시를 1번과 2번만 주었는데 3번을
선택하다니.”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 그런데 당신은 참 대단한 것 같아.”
“뭐가요?”
“당신이 내 노트북으로 텔레비전 보다가 바이러스에 걸린 거잖아. 문서야 대부분
외장하드에 있다고 해도 수년 동안 촬영한 사진도 몽땅 날아가고. 그럼 이건 내가
당신한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사안인데…….”
“…….”
‘어휴!’하면서도 이제 슬슬 만년필에 잉크를 넣어볼까 합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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