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가 조금 넘어서 다향이랑 집을 나섰습니다. 의정부에서 항암치료
중인 후배의 면회를 가기로 한 것입니다. 혼자였다면 지하철을 탔을 테지만
- 시각 장애인으로 복지카드가 있어서 지하철이 무료이니까 - 다향이 생각을
해서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백석 중 정류장에서 버스릍 가고, 불암산정류장에서 한 번
갈아타면 후배의 집 근처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시원한 버스를 타고 불암산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표기된 버스는 없고, 의정부에 가는
다른 버스가 있습니다. 도착할 시간까지 한 시간이 예고돼 있고, 하릴없이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버스에 탔습니다. 버스가 구리시를 지나더니 다시 고속도로로
접어듭니다. 기사에게 물으니 수원에 가는 버스라고 합니다. 순간 머릿속이
휑해졌습니다. 병문안은 물 건너갔고, 어디에 내려서 어떻게 집에 가야할 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다음 정류장이 가천대라는안내방송을 듣고,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분당에서 일산 집에 갈 때 버스가 가천대 앞에 멈췄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다향이랑 둘이 내렸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아서 뱃속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근처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지하철로 네 정거장만 이동하면 다향이가 좋아하는
낙지집이 있습니다. 그래 12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그곳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수원 방향의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 정거장이 지났는데 태평역이 아니라
복정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하면서 내렸습니다. 다향이가 그냥 밥을
먹고 집에 가자고 합니다. 대충 한 끼를 해결하면서 귀신에 홀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연달아서 두 번이나 차를 잘못 타다니요?
'아! 만약이 이런 게 일상화된다 - 치매 - 면 얼마나 두려울까?'싶었습니다. 그리고
연로하신 어른들이 생각났습니다. 집 근처 역에 내리는데 다향이가 순두부찌개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 순두부거리랑 가지를 사왔습니다. 공연히 몇 시간이나
끌고 다닌 게 미안해서 다향이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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