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심부름을 많이 다녔습니다. 부모님의 심부름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은 어머니의 심부름이었지요.
"작은아버지 생신이니까 이거 갖다 드리고 와라."
"고모부생신이니까……"
열 살 안팎의 아이가 잔뜩 긴장한 상태로 심부름을 다녔습니다. 어머니가
끊어준 고기를 손에 들고 말입니다. 아버지는 안양에서 이발소를 하고,
작은 아버지는 정릉에서 양복점을 하고 계셨으며 큰고모부는 제물포,
작은 고모부는 창신동 산동네에 사셨거든요.
창신동이나 정릉을 갈 때는 버스로 한 시간 이상을 가서 갈아타야 했고,
제물포에 갈 때는 안양역까지 한참을 걸어가서 전철을 타고, 또 구로역에서
갈아타고도 다시 한참을 가야 했지요. 어린 마음에 '갈아타는 곳을 놓치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으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아는 길이기도 하고, 지금처럼 핸드폰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제는 45살 막내동생의 생일이었고, 오늘은 둘째 동생의 아이가 입대하는
날입니다. 그래 입대 전에 조카한테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으니까 전화
하라고 했는데 끝내 소식이없었습니다. 짬을 봐서 전화하겠다고 했는데
많이 바빴던 모양입니다.
여덟 살이 어린 막내동생은 대전에 살고 있습니다. 막둥이라서 그런지
어머니가 막내의 생일만큼은 양력으로 챙겨주었습니다. 6.25라 외우기가
쉬워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전에 가서 밥 한 끼 같이 먹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학원을 운영해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강의를 한다니 마음이 부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에도 아버지형제들은 우의를 지키면서 살았는데
그렇게 당연했던 일들이 왜 갈수록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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