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장모님을 뵙고 돌아오면서

밥상 차리는 남자 2017. 5. 29. 09:57

토요일인 그저께는 장인어른의 생신이었습니다. 그날 식구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자는 말을 들은 게 보름 전이었지요. 그것도 좋겠지만 제가 더

의미있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아버지를 납골당에 모시고 보니 1년에 두어 번 밖에 찾아뵙지 못하더라.

그러니까 매년 장인어른 생신에 장모님을 찾아뵙고, 같이 밥을 먹는 게

어떨까 하고요. 장모님 살아계실 때 '우리집 애들은 왜 모이지도 않고,

서로 연락도 하지 않느냐며 끌탕 하셨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형제지간에 오순도순 지내면 그것보다 더 아름답고, 좋은 효도가 없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가족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장인어른도 서로 연락

해서 자주 만나라고 말씀하시지만 그것의 결정적인 걸림돌이 당신이요, 두

번째가 처남들이라는 걸 여전히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무던한 성격을 가진 내게 왜 그렇게 무례하게 굴었는지 궁금해도 꾹 참고,

말이 안 되는 언행을 일삼아도 모른 체하며 꼬박 10년 동안 노력을 했지요.

연말이면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온천에 다니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10년을 노력하고, 그런 노력들을 그만두었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3년 전에 장모님이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처남들을 처음 보았지요.

10여 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전화라고 한 통 왔던 게 보증을 서달라는

것이었지요. 장모님의 장례식장에서야 (결혼 이후)처음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에 대한 두 처남의 인식은 상당부분 바뀐 것

같지만 장인어른은 여전히 베짱이 취급을 하네요.


아무튼 나의 제안대로 장인어른 생신 때 장모님을 뵙고 돌아왔습니다.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눴지만 나는 여전히 쓸쓸하고, 겉돈 느낌입니다. 혼자

속으로 장모님께 여쭈었습니다.


장모님! 진정으로 화해를 하려면 잘잘못을 가리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진정으로지 용서하고, 화해하기 위해서 장인어른께 손

편지라도 써볼 까요? 내가 당한 모욕은 그냥 삭이고 넘길 수 있지만 부모님께

범한 무례는 목구멍에 가시처럼 남아있습니다. 

출처 : `밥상차리는 남자` 오성근
글쓴이 : 오성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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